수원특례시의회 윤경선 의원, “시의회 파행, 국민의힘 내부 다툼 때문”진보정당 최초 상임위원장, 불과 50여 일만에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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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투데이] “저는 의회의 파행이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의회운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날까 합니다.”
수원특례시의회 윤경선(평·금곡·호매실동, 진보당) 의회운영위원장이 의회운영위장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수원시의회 정상화’를 촉구하면서다.
윤 위원장은 “오히려 풀뿌리민주주의를 지키고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의회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민의를 대변하는 의원 본연의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수원시의회 진보정당 최초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윤 위원장은, 불과 50여 일만에 자리를 내려놓는 셈이 됐다.
제12대 수원시의회는 후반기에 들어서자마자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윤 의원은 그 책임이 국민의힘에 있다고 봤다. “국민의힘은 내부의 다툼으로 의장직을 빼앗겼음에도 의회 파행 원인이 민주당 상임위원장 독식으로 인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현재 수원시의회 의석수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17석으로 동수이며, 진보당 1석, 무소속 2석이다.
윤 의원의 의회운영위원장직 전격 사퇴가 수원시의회 정상화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까?
3일 오후 ‘수원시의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윤 의원을, 의회운영위원장실에서 산수화기자단(회장 김진일, 경인투데이)에서 만났다.
- 진보정당 의원으로서 시의회 상임위원장에 선출된 것은 처음 아닌가?
그렇다. 전국적으로는 많다. 하지만 진보정당 의원이, 수원시의회에서, 아니 경기도 전체에서 시의회 상임위원장이 된 것은 제가 처음이다.
- 그런 만큼, 사퇴를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유를 다시 한 번 말씀하신다면?
수원시의회 파행으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회 사무국 직원들이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
둘째로, 의원들도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 당장 후반기 들어 두 달이 넘었지만, 의원실 배정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 집행부 역시 힘들어하고 있다. 당장 위탁 문제나, 조례 제·개정 문제 등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
저는 항상 모든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사람이 우선이다. 파행으로 인해 너무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결심한 것이다.
- 파행을 막기 위해 상임위원장에서 사퇴한다?
그렇다. 파행을 막는 데 있어 중요한 문제가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였다. 제가 상임위원장을 하나 내려놓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 계속 상임위원장 두 자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
- 수원시의회 후반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바람이 있다면?
제8대 수원시의회 예를 들어보겠다. 당시 상임위원장이 한나라당, 상임위 부위원장이 열린우리당으로 소속 정당이 각각 달랐다. 저는 그때 민주노동당 의원으로 상임위 위원으로 참여했다. 지방의회인 만큼 정치적인 입장이 대립하는 사무들이 별로 없다.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이 정말 잘 협치해서 상임위를 운영했다.
지금까지도 당시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국 전문위원, 직원들과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마찬가지로, 시민들이 좀 더 잘살 수 있도록 국민의힘, 민주당, 진보당이 얼마든지 협치하면서 생활정치를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제12대 수원시의회는 특히 정당 간 갈등이 심한 듯하다. 시민들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당의 입장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 사퇴하면서 민주당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에서 하나의 목소리로 잘 협치를 해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의 의사가 어제(2일) 민주당에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고 있다. 상임위원장 두 자리 문제가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수원시의회 파행 문제는 양당 간의 대립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양당 간의 대립 문제가 아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그러니까, 지난 8.15 때 수원시의회에서 현충탑을 참배하는 행사를 했다. 그런데 시의회 의원들이 세 그룹으로 나뉘어 참배를 했다. 민주당과 진보당이 한 그룹으로 참배를 했다. 국민의힘은 한 그룹이 하고 나서, 다른 한 그룹이 나중에 따로 참배를 했다.
수원시의회 의원들이 공식적인 행사에서, 그것도 8.15 현충탑 참배마저도 제각각한다?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고민을 그때부터 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파행의 원인이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자리 2개를 내려놓느냐 마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는 데 있는 것이다.
- 그럼, 국민의힘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민주당에 전하는 메시지와 똑같다. 국민의힘 내분이 조속히 종결되어, 국민의힘 당대표를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단결했으면 좋겠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당대표를 중심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국민의힘은 국민의힘대로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목소리를 내면 이 문제가 바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너무 상식적이 목소리인 듯하다. 양당 사이 캐스팅 보트인 진보당 의원으로서 좀 더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면?
저는 그렇게 강렬한 뭔가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제가 바라는 정치는 상식적인 정치이다. 상식적인 선에서 대화를 하면 된다. 기발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정치라는 것이 상식적인 선에서 이뤄지면 된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편타당한 원칙을 정치에도 똑같이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사퇴를 선언하는 현 시점에서 수원시민들에게도 한 말씀.
수원시민들에게 수원시의회가 이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정말 죄송하다.
저 역시 의원 37명 중 한 명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의회운영위원장직을 사퇴한 것이다.
그런 만큼, 시민들께서도 수원시의회에 좀 더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