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인터뷰
‘새벽을 밝히는 거리의 천사’ 미화원 박경옥씨..“기도하는 마음으로 제게 주어진 일에 최선”
기사입력: 2019/03/11 [10:32]  최종편집: kyungintoday.com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
김태형

 

▲   미화원 박경옥씨가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이른 새벽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는 이들이 있다
.

 

그중에서도 가장 친숙한 이들이 환경미화원이다. 밤늦은 시간, 어둠의 은밀한 무책임으로 거리는 난장판이 되기 일쑤다.

 

혼돈을 정리하는 이들.

 

이들이야 말로 거리의 천사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안산의 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 분의 미화원을 통해 일상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박경옥(59년생, 안산시청 청소과)

그녀는 정년을 코앞에 두고 있다. 시간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밝은 표정에 온화함이 묻어난다. 추운 겨울 동이 트려면 아직도 먼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는 박경옥 미화원은 힘들 때면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청소를 마쳐 깨끗해진 거리를 뒤돌아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보람도 느끼고요

 

힘들 때면 자신을 칭찬하고 격려한다는 그녀는 가족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고 한다. 정년을 1년여 남기고 있어 더욱 일분일초가 귀하다.

 

일하는 도중 실망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한 번은 달리는 차량에서 잘게 찍은 종이를 날리는 운전자를 봤습니다. 그런 종이는 잘 쓸리지도 않아요

 

힘든 것이 이뿐일까. 쓰레기통이 바로 옆인데도 담배꽁초를 버리는 이, 미화원 분들이 청소에 여념이 없는 것을 보고도 괘념치 않고 버리는 이, 재활용품을 모으기 위해 종량제 봉투를 헤쳐 놓는 이 등 참 힘들어도 말 못할 사정이 많다. 심지어는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주어 부피를 줄이기 위해 내용물을 빼내는 과정에서 오물이 묻는 참 민망한 일들도 일어난다.

 

그래도 살맛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청소하다 보면 상점에서 사람들이 나와 커피도 주시고 지나시는 주민들께서 고생한다면 음식을 나눠 주는 분들도 계십니다. 혼자 먹기도 부족할 터인데요

 

그녀는 시민들에게 작은 바람을 들려준다.

 

거리 외진 곳에 먹다 남은 음료수를 하루에도 몇 번씩 봅니다. 썩어서 악취가 진동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것들이 하천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된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분리수거를 잘 해야 하는 것처럼 먹다 남은 음료수는 하수도에 꼭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가로미화에 오랜 동안 종사하면서 터득한, 신기(?)가 감도는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명함을 문 앞에 자주 뿌리고 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뒹구는 명함을 줍는 상점은 오래 가는 반면 그대로 놓인 곳은 문 닫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아마도 손님 맞을 준비가 덜 된 상인의 마음가짐이 그대로 반영된 듯 싶은데 지역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미화원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춘 듯 싶다. 청소를 하면서도 어려운 시기를 버티는 주민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한다는 말씀에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동아리 어울림에서 풍물을 배워 봉사활동에도 열심인 그녀는 기부에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청소를 하다가 무리지어 계시는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식들과의 관계가 안 좋아 제대로 대접 받지 못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가끔 음료수를 대접할 때도 있는데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저도 언젠가는 어르신들처럼 늙겠지요

 

차상위 계층을 돕기 위한 봉사단체인 한마음나눔복지회(회장 김용호)’에도 동료들과 함께 참여해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도와준다기 보다 실천하면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그녀는 봉사는 자신을 위해서 한다며 쑥스러워했다.

 

거리에서 그녀의 모습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거리에서 일하는 모습이 이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수원시나 시흥시처럼 정년 연장은 어려워도 한 해 마무리 짓는 순간까지 일할 기회가 주어져도 기쁜 일이다.

 

거리는 원래 그렇게 깨끗했던 것이 아니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커피 한 잔에도 고마워하는 그들이 있었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그 길을 걷는다.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외에 마무리 지을 문구가 떠오르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