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 보다 못한 의료사고 피해자..“단 한 차례 재판하고 2년 시간 지났다”

2차 피해 방지할 법적 대책 마련 절실

김태형 | 기사입력 2018/11/27 [23:52]

마루타 보다 못한 의료사고 피해자..“단 한 차례 재판하고 2년 시간 지났다”

2차 피해 방지할 법적 대책 마련 절실

김태형 | 입력 : 2018/11/27 [23:52]

 

의료사고 후 입원 당시 환자 모습. 마비가 온 왼손에 근육이 빠지고 있으며 지금 현재는 상황이 더 나빠진 상태다.    © 경인투데이

 


김 씨
(여성, 사건당시 만54)2016720일 안산시 소재 00병원에서 의료사고 피해를 당했다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김 씨의 사연은 SBS 모닝 와이드 ‘TV의료분쟁 차트Chart’에도 소개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방송 내용에 따르면 김 씨는 직업상 회사 식당 조리 업무를 담당했다. 밤이 되면 손이 저려 2016210일 설 명절 연휴를 이용해 안산시 관내 00병원을 찾았다.

 

김 씨에 따르면 담당 의사가 주사 한 대 맞으면 된다.”는 말에 신경차단술로 알려진 시술을 받게 됐다. 그러나 시술 도중 의식을 잃고 약 2시간 만에 깨어났다고 김 씨는 주장했다.

 

그리곤 시술 이후 왼쪽 눈과 팔에 마비 증세를 보이며 영구 장애를 갖게 됐다. 김 씨는 시술 이후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 송두리째 깨져 버렸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남편 또한 아내 치료와 소송에 매달리면서 실직 상태에 놓였다.

 

노후를 위해 마련한 연립주택을 팔아 가면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의료 사고 피해와 관련해 도움 받을 제도적 장치가 없어 김 씨 가정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김 씨에 대해 어떠한 보상 대책도 00병원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결국 법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소 제기 당시 신해철법으로 알려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개정으로 한때나마 기대를 했지만 허사였다. 이유는 환자가 의료사고로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등급 1급을 받았을 때로 한정하고 있어 실효성을 피부로 실감할 수 없었다.

 

김 씨는 신경손상 영구 장애를 불러온 한순간의 의료사고로 인해 병원을 들락거리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  찜질팩 화산에 덴 팔뚝 © 경인투데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결과에도 불구하고.....

 

소 제기(2016720) 이후 첫 변론기일이 127일에 잡혔다.

 

김 씨 가족은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중 유명 병원의 민낯에 절망을 금치 못 했다. 법원에서 요구하는 진료기록감정촉탁서, 사실조회서 등 재판에 꼭 필요한 절차가 유수 병원의 촉탁 거부로 송달과 반송을 반복하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15개월 만에 진료기록감정서만 겨우 받아 낼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받은 감정서에는 김 씨를 의료사고 피해자로 규정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 ‘경추 디스크 탈출증으로 진단한 바, 경추 디스크 탈출증의 치료 방법의 종류에 대하여 어떻게 설명하였고, 각각의 장단점과 합병증 가능성에 대하여 설명하였는지요(환자 및 보호자는 여러 가지 치료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신경근 차단술을 받겠다고 결정하였는지요)

 

말로 설명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음. 기록된 내용은 없음. 환자 및 보호자가 설명을 들은 후 차단술을 받겠다고 결정했는지는 알 수 없음. 그러나 신경차단술 동의서에 환자 서명이 되어 있으며, 시술 방법, 위험성 및 합병증에 대해 설명되어 있음

 

-. 신경차단술 시 사용한 약물은 무엇이며 정확히 경막 외 공간에 주사하기 위하여 C-arm 방사선 투시기 등을 이용하여 주사바늘의 위치를 확인하였고, 천천히 주사하여 주사 압력을 과도하게 높이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는지요.

 

신경차단술 동의서상 국소마취:(사용약제-리도카인)’으로 기록되어 있음. 그 외 신경차단술을 위해 사용된 약물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음. 질문에 기술된 정확히 경막 외 공간에 주사하기 위하여 C-arm 방사선 투시기 등을 이용하여 주사 바늘의 위치를 확인하였고, 천천히 주사하여 주사 압력을 과도하게 높이지 않았다는 기록도 의무기록상에서 찾을 수는 없음

 

-. 신경차단술을 시행한 시간은 언제이고 주사 중 환자가 극심한 통증과 의식소실이 발생하여, 주사를 중단하였다는 기록과 쇼크 이후 몇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안정을 회복한 후 귀가하라.”고 설명한 기록이 있는지요.

 

의무 기록상 상기 질문 내용과 같이 신경차단술을 시행한 시간, 주사 중 환자가 극심한 통증과 의식상실이 발생하여 주사 중단하였다는 기록, 쇼크 이후 몇 시간 지나면 괜찮아 질 것이다. 안정을 회복한 후 귀가하라고 설명한 서면 기록은 찾을 수 없음.”

 

-. 퇴원은 몇 시에 하였고, 퇴원 시 환자상태는 어떠하였고, 의사는 행한 요양방법 지도 내용은 무엇인지요.

 

상기 질문에 해당하는 내용은 의무기록 상에서 찾을 수 없음.”

 

위 내용 외에도 다양한 질문에서 00병원 측은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를 꾸짖을 법원은 병원에 보낸 촉탁 서류를 마냥 기다리고만 있다. 15개월 만에 받은 감정서만으로는 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후로도 유명 병원으로 촉탁 서류 송달과 반송을 되풀이 하며 또다시 13개월이 흐른 지금 첫 재판 이후 공판기일은 잡히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의 하소연

 

2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도 남편은 할 말이 많다.

 

사회가 참 혼란합니다. 이는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전문인들이 제 몫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지난 2년여 동안 우리 가족들 또한 제 역할을 못한 00병원 전문 의료진 때문에 삶의 평온함을 잃고 억울함을 주장해야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아내와 저 그리고 출가한 딸과 아직 미혼인 딸을 둔 평범한 가정입니다. 저는 지금은 운전기사로 일 하고 있으며 아내는 의료사고 전에 산업체 주방 조리사로 생계를 이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평범한 삶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의료사고 당시 아내의 심각한 증세에 비해 병원의 대처는 너무나도 성의가 없었습니다. 의료진의 시술 잘못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고 예후과정이라며 며칠 지나면 괜찮다고만 하니 너무 답답했었습니다. 다급한 우리 가족은 아내의 치료를 위해 구걸해야만 했습니다. 병원장님과 면담 요청도 했지만 묵살 당했습니다.

 

입원 중에도 미숙한 00병원의 운영 실태를 보여주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제 아내가 팔에 감각이 없어 찜질팩이라도 하면 회복에 도움이 될까하고 의료진에게 요청했습니다. 한 간호사가 팩을 가지고와 뜨거운 팩을 수건도 한 번 싸지 않고 바로 아내의 팔에 올려놓았습니다. 아내는 팔에 감각이 없는지라 뜨거움을 모르고 있다가 큰 화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흉터는 남아 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며 환자나 당시 팩을 팔에 올려놓은 간호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만 했습니다.

 

입원 당시 00병원은 수시로 퇴원을 종용했습니다. 그러나 생계가 막막한 저희 가정의 상황에서는 빠른 쾌유를 위해 입원치료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술 후, 잘못된 상황에 대한 치료나 보상 등 어떠한 조치도 00병원은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욱이 병원 측은 입원 중 발생한 비용을 지불하라며 내용 증명을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00병원의 태도에 법적인 책임 밖에는 그들의 죄악을 밝힐 길이 없게 되어 소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환자는 실험 대상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술을 한다고 병원 측에서 말을 합니다. 그리곤 그 많은 환자 중 한두 명 잘못됐다하여 시술을 잘못했다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과연 이들이 의료인으로서의 윤리 의식이 있는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제 아내는 저에게나 저희 아이들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런 가치를 지닌 저의 아내를 시술 중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치부하는 그들이 무섭기까지 합니다.”

 

사법부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원고 측 소송을 맡고 있는 법률사무소 해울 신현호 변호사(법학박사)시술과 관련한 의료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보통 증상은 예후를 봐 가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당일 입원 당일 퇴원이라는 유혹에 의료인도, 환자도 솔깃해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 의료 시스템상의 문제를 설명했다.

 

또한 원고든 피고든 원 없이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하나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판사의 숫자가 매우 부족하다. 국민이 희생 돼서는 안 되는데 밀어내기식 재판을 하고 있다. 미국처럼 일주일에 집중심리로 진행하고 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하면 김 씨처럼 마냥 길어지는 일은 방지할 수 있다. 어린이 사건 같은 경우는 8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요즘같이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김 씨의 고통은 더 심해진다. 기약 없는 치료 과정도 고통스럽지만 자신을 고통에 이르게 한 의료인들의 태도로 인해 마음 고생이 더 크다. 의료인들의 막강한 힘이 환자를 살리는 일에 쓰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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