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선부2·3구역 재건축 사업 제2의 용산 사태 불러오나?

“재건축을 강행하면 자살 밖에는 방법이 없다”

김태형 | 기사입력 2018/11/27 [23:27]

안산시 선부2·3구역 재건축 사업 제2의 용산 사태 불러오나?

“재건축을 강행하면 자살 밖에는 방법이 없다”

김태형 | 입력 : 2018/11/27 [23:27]

 

▲  빨간 깃발(재건축 반대 표식)이 펄럭이는 선부2·3구역   © 경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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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경인투데이] 김태형 기자= 쌀쌀하고 날도 흐렸던 지난 1117,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선부동 1007번지 일대를 찾았다. 취재차 방문한 동네 모습은 의아함을 주기 충분했다. 이곳 주민은 2006년에 정비예정구역 고시를 하고 재건축 사업에 뛰어든 곳이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집 입구에 빨간 깃발이 꽂혀있었다. 빨간 깃발 때문에 취재에 나선 것은 아니다.

 

퇴근 무렵인 지난 1114일 한 통의 전화를 받고나서부터 의문이 시작된다. 재건축 주민들이 안산시의회를 기습 점거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오후 6시를 갓 넘긴 시간에 이미 주민들이 의회 홀에 집결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날은 중국에서 공무국외연수를 마친 시의원들이 도착하는 날이었다.

 

평범한 주민들이 집단행동을 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선부2·3구역 재건축 지역 주민들의 사연은 이미 지인의 SNS를 통해 들었다. 그런데 착공을 눈앞에 둔 시점에 반대하는 주민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재건축에 따른 일부 주민의 반발 정도로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의회 방문 모습을 보고 뭔가 절박함이 느껴졌다.

 

평소 단독주택이 많은 곳에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된 점이 가장 큰 의문이었다. 특히 다가구 밀집 지역은 기존의 혜택을 상실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 점에서 선부2·3구역 사태는 초미의 관심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취재에 앞서 재건축 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과 재건축에 따른 우려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알거지 되고 나면 투신자살 밖에는 방법이 없다

재건축을 앞둔 다가구 주택 소유 어르신의 절규

 

건물은 썩었기 때문에 땅값으로 6억에서 65천만 원을 주면 포기를 하겠다고 했다. 조합 관계자가 가만히 듣고 있더니 어머니 뜻대로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하게 됐다. 지금은 이사를 하라고 한다. 이사비용은 25천을 준다는 것이다. 난 처음에 그냥 주는 것으로 알았다. 재건축이 처음이라 몰랐다. 아파트에 입주하면 돌려달라는 것이다.

 

25평 아파트 두 채 받아 봤자 한 채 팔아서 빚 갚고 나면 한 채만 남는다. 그런데 조합에서 나머지 한 채는 못 팔고 3년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부동산 경기를 봤을 때 애초 현대건설이나 롯데건설이 공사했으면 분양이 잘 될 수 있어도 현 업체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미분양에 따른 이자 등 각종 비용이 조합원에게 전가 된다. 아파트 한 채만 남는데 여기서 비용을 빼고 나면 우리는 알거지가 된다. 그래서 내가 여기서 투신자살을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밖에 없다.”

 

재건축하면 월세 300만원을 못 받습니다

임대 소득이 유일한 소득인 어르신의 한숨

 

우리 집은 한 층마다 3세대씩 월세를 줬다. 11세대에서 나오는 월세가 수입의 전부다. 300만원씩 나오기 때문에 지금은 소득이 괜찮다. 자식들이라도 누가 300만원씩 용돈을 주겠는가? 주변에는 월세가 500만 원가량 나오는 어르신도 있다. 그러나 재건축이 진행되면 지금의 소득을 잃게 된다.”

  

▲  재건축 반대 주민들의 시위   © 경인투데이


땅값만 14억 건물을 감정가는 달랑 65천만 원

어이없는 감정평가에 망연자실한 상가 건물주

 

나는 재건축에 처음부터 반대했다. 조합원이 아니다. 그런데 법에 따라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우리 집 감정평가 금액이 65천만 원으로 정해졌다. 건물은 빼고라도 땅값만 시세가 14억 원이다. 어디다 하소연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상가 세입자들은 시설비, 인테리어비용, 권리금 등을 못 받게 되어 재산상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더구나 방앗간 등 설비 시설을 갖춘 곳은 피해가 더 크다. 노후대책으로 집을 샀으나 지금은 보증금을 돌려주고 나면 아파트 한 채도 사기 버겁다.”

 

지역 주민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남는 것은 오로지 한 가지다.

 

그렇다면 왜? 재건축 사업을 밀어 붙이고 있는 것일까?’

 

피해에 비해 지금까지 들어간 사업비는 상대적으로 적은 실정이다. 조합원과 조합 간부들이 서로 이해를 구하고 방법을 찾는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반수가 넘는 주민이 반대를 한다고 비대위는 주장하고 있으며 조합과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번 보도 후 취재를 통해 의문을 풀까 한다.

 

비대위 주민들의 우려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역세권 지역은 그나마 토지의 희소성으로 가격 보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선부2·3구역은 그런 강점이 없다. 수도권 일대의 아파트들이 서울의 위성 도시로써 배드타운 개념의 외적 성장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절대적인 인구 감소와 소득 저하, 금융제재 등의 악재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부동산 시장을 밝게 보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면 선부2·3구역은 안산에 삶의 터전을 둔 서민들이 거주할 공산이 크다. 또한 1군 업체가 참여를 꺼리며 브랜드 가치도 하락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조합원 분양가가 3.31,080만원이라고 비대위 주민들은 설명한다.

 

안산에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점에 화성시, 시흥시에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돌며 분양 전망을 조사한 적이 있다. 반응은 차가웠다. 심지어 역세권 일대의 재건축 단지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안산보다 화성시, 시흥 배곧신도시, 수원시가 관심 대상이었다. 화성시는 가격 대비, 시흥 배곧신도시와 수원시는 교육 및 주거 환경이 안산시보다 좋다는 평가를 공인중개사들은 내렸다.

 

더구나 도급방식의 사업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피해 우려는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분양이 저조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전적으로 조합원들의 몫이다. 사업 주체가 조합원들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은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고 노래 부르며 모레 장난하듯 하는 사업이 아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할 재건축 사업에 노후를 위해 평생을 모은 재산을 투자한 주민들의 처지가 위태롭다.

 

상실감에 따른 충격을 이겨낼 지가 의문이다. 이미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언니가 40대 후반 젊은 나이에 돌연사 했다는 사연도 들었다. 이유는 딱 한 가지! 그것은 바로 재건축 때문이라고 유족은 설명한다. 시간이 갈수록 제2의 용산 사태가 오버랩 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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