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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일체유심조!”
기사입력: 2018/06/12 [08:54]  최종편집: kyungin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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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  김태형 기자

원효대사의 깨달음을 얻은 후 일성이다.

 

화랑으로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던 설서당(후일 원효대사)은 친한 친구의 죽음과 가족들의 죽음 앞에서 ? 사람은 죽으며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회한에 빠져 644년 선덕여왕 13년에 승려가 된다. 승려가 돼서도 깨달음을 얻기 위해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중 해골 물을 먹은 일화는 유명하다. 세상 이치가 사람의 마음먹기에 달려있기도 하겠지만 삶 속에 죽음이, 죽음 속에 삶이 함께 함을 깨달은 원효대사에겐 그 무엇도 거칠 것이 없었다. 백성 속에서 불교 대중화에 힘쓰며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었다.

 

우리는 옛적부터 삶과 죽음이 혼재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 왔다. 지금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죽은 이들의 공간이 일상 속에서 격리돼 외진 곳에 모셔져 있다. 하지만 안산의 개발 초기만 해도 나지막한 날빛 좋은 야산은 죽은 이들의 공간이었다. 그곳은 민가 옆에 있기도 했고 길가 또는 밭 옆 등 눈에 잘 띄었다. 야산은 우리들의 놀이터였고 칼싸움의 장소이기도 했다. 한숨 돌려 쉬는 곳이기도 하려니와 겨울에는 햇볕을 쬐며 눈에 젖은 양말을 말리는 곳이기도 했다. 개발이 빠르게 진행 되면서 한두 기씩 헐려 나가고 주검을 싸맨 천들과 관 쪼가리만 남은 웅덩이로 변해 갔다.

 

지금은 문을 열고 보이는 것이라곤 건물이고 머리를 쳐들면 산자락 너머로 아파트만 즐비하다. 산자들만의 세상에서 살맛만 나야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은 한 해에만 만여 명이 넘는 아까운 목숨이 스스로 연을 끊고 이승을 떠난다.

 

어찌 보면 죽은 이들은 산 이들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준다. 제사가 되었든 추도식이 되었든 흩어진 가족을 모이게 한다. 비록 상중이지만 옛 추억을 생각하며 웃고 울기를 반복한다. 죽은 이의 끈으로 산 이들을 엮어 준다.

 

필자 또한 마음이 울적하면 아버지를 찾는다.

 

어찌된 영문인지 독자 가문에 조상들이 단명하시어 삶의 고단함을 여쭈어 볼 겨를도 없이 나의 곁을 떠나 가셨다. 그래서 더 그리운 가 보다. 그 그리운 분이 와동 꽃빛공원에 모셔져 계신다. 95년 추운 겨울 손녀 한 번 안아 보시고 관을 집 삼아 누어 계신다. 풀들은 왜 그리 웃자라는지 아버지의 양분을 훔쳐가는 것일까?

 

벌초를 하다가도 광덕산 오가는 등산객을 보노라면 한시름 놓는다.

 

외롭지는 않으시겠구나!’

 

사실 와동 꽃빛공원은 또 다른 마을이다. 위로 좀 올라가면 안산 고향친구가 교통사고로 아버지 보다 먼저 가 있고 거래처 사장님은 아버지 뒷줄, 삼 일 후에 쫓아 오셨다.

 

그런데 더 고마운 이들이 있다.

 

꽃빛 공원 인근에 사는 와동 주민들이다. 아버지가 모셔져 계신 곳은 김여물과 그 집안의 4대에 걸친 여인들을 기리는 사세충렬문 쪽으로 길을 잡으면 가장 빠르게 오른다. 길가에는 조선시대 무덤 또한 웅장하게 오랜 세월을 버티고 서 있다. 산자락에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성당, 축구 경기장, 배드민턴장이 있고 주변에는 다가구, 다세대가 빼곡하다.

 

주민들은 여름이면 꽃빛공원 앞 나무 밑에서 피서를 즐긴다. 배드민턴을 치는 어린 아이들의 조잘거림은 음악 보다 경쾌하다. 아버지와 내가 함께 그 소리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평온해 진다. 비록 귀전에는 바람 소리만 맴돌 지만 무덤을 다독이며 아버지의 온기를 느껴 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갈증 날 무렵 등산객도 마을 주민도 운동을 즐기는 이들도 꽃빛공원 입구 약수터로 모여든다. 그리곤 마른 목을 약수 한 모금으로 적신다.

 

일체유심조!

 

복 받을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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