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야인으로 돌아간 전공노 안산시지부 민병일 전 지부장

“당신에게 있어 안산시 공직자의 길은 무엇인가요?”

김태형 | 기사입력 2017/09/11 [09:37]

<인터뷰>야인으로 돌아간 전공노 안산시지부 민병일 전 지부장

“당신에게 있어 안산시 공직자의 길은 무엇인가요?”

김태형 | 입력 : 2017/09/11 [09:37]

 

▲  야인으로 돌아간 전공노 안산시지부 민병일 전 지부장   © 경인투데이

 


지난
8, 문자 메시지 한 통이 필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안산시청에서 공무원 정년을 10여년 남겨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안산시지부장을 역임한 민병일 지부장으로부터의 뜬금없는 당구장 개업 소식을 접하면서다.

 

안산시다문화지원본부 발령 이후 다문화거리에 생명을 불어 넣기 위한 노력을 소신껏 펼쳤던 그였다. 퇴임 직전까지 심혈을 기울였던 사업이 다문화거리 지중화 사업이다. 너저분하게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주민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전선줄을 지하로 매설하는 사업이다.

 

호주 시드니를 모방해 대한민국 최초로 계획도시를 만들려 했으나 막대한 개발비용으로 인해 공동구 설치를 하지 못해 두고두고 미완으로 남은 계획도시가 안산이다. 이런 와중에 원곡동 일대의 지중화 사업은 필자에겐 각별했다. 원곡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이 지역에 살면서 졸업한 필자에게 안산시 원곡동은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아련한 옛 모습을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다는 안도감에서 더욱 반가웠다.

 

100년을 바라볼 것만 같았던 안산시가 초고층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도시 전체에 여백의 미가 사라지고 있다. 곳곳마다 일조권으로 분쟁이 빈발하고 30~40년 주기의 재건축 시장의 흐름으로 보았을 때 100년은 고사하고 70년 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원곡동의 지중화사업은 서울시처럼 도시재생사업의 선순환적인 장점을 보여주는 좋은 선례로 남을 뻔했다.

 

프로 못지않은 당구 실력을 지닌 민 지부장의 개업 문자에 대해 왜 공직을 그만두었나요?”라고 묻자 당구가 좋아서요라는 응답이 왠지 공허하게 느껴졌다.

 

지중화 사업이 지역 정치인과 동료 공무원의 벽에 부딪혀 낙담했던 그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늦은 밤 건아하게 취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와 힘들어서 못해 먹겠습니다라며 힘들어 했었다.

 

그런 그에게 안산시에서 공직자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었다. 공직을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시점에 인터뷰에 응해준 민 지부장에게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 라는 질문을 먼저 하겠다.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만 공직의 길로 나갈 수 있다. 퇴직을 한 결정적이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무너졌다는 말이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12년간 노조 활동을 하면서 많이 배운 대가로 몸이 많이 망가졌다.

 

첫째 이유가 제가 더 이상 공무원 생활을 하다간 퇴직하고 나서 제 딸이 병수발을 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몸이 먼저 건강해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다. 노동조합 지부장 하면서 일곱 번 병원에 입원했다. 최근에는 허리 디스크 수술까지 했다. 사랑스런 딸한테 병수발을 하게하면 미안하지 않는가? 그전에는 아내에게 그렇게 했는데... 만성 췌장염도 갖고 있는데 그게 스트레스성이다. 그래서 퇴직을 결심한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이 조직에서 제 역할을 해야만 하는데 이것을 이겨 내려면 목숨을 담보로 해야 했다. 그것이 어려웠다.

 

세 번째는 최근에 제가 마지막으로 일했던 지중화 사업을 하면서 공무원 내부를 깊게 경험했다. 스스로 공직사회 개혁을 모토로 노동운동을 했는데 결코 이 조직이 기대에 부합하지 못 하는 조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나 안산시가.... 힘센 정치인이 요구하고 힘센 사람들이 요청하면 잘 들어 주고 즉각 일처리가 된다. 하지만 같은 공무원이 뭘 하자고 제안 하면 거부하고 방해까지 하는 일들이 있다. 지중화 사업을 하면서 많은 방해를 받아 봤는데 정말로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같은 직원하고 싸우기도 그렇고....

 

그저 저를 바라보기를 투쟁적이다, 건방지다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부서 바뀔 때마다 후배들마저도 듣기보다 직접 보니깐 사람이 다르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공직 선배님께서 네가 노조활동을 한 경력 때문에 방해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위로해 주시고 격려도 해 주셨지만 제 자신이 너무 지쳤다.

 

시장님 결재까지 난 사안인데 지상 배전기가 통행에 방해가 된다며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 사안으로 1년을 끌었다. 전선과 전봇대가 사라지는 것과 배전반이 설치되는 것 중 어느 것이 시민들에게 더 유리한가?

 

통행에 불편했다면 230여 지자체는 왜 지중화 사업을 추진했겠는가? 제천시만 100km를 실시했고 서울시는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지난 3년 내내 안산시만 추진하지 못 하고 있다고 협력 기관에서 토로할 정도다. 이 사안이 그렇다고 규정이 있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민선 6기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숲 가꾸기에도 기여하는 사업이다. 매년 전선줄 때문에 도심의 나뭇가지가잘려 나가고 있다. 그것도 참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노동조합 하는 사람은 일을 안 한다는 인식을 바꾸고자 제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실천하고 싶었다

 

- 자영업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런 힘든 길을 선택한 이유는?

 

당구를 좋아 한다. 무척 좋아 한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한동안 끊었다. 그러다 5년 전부터 선부동 일대에서 다시 당구를 시작했다. 스트레스가 심해서 시작했다. 서울 집회를 다녀오고 나면 특히 당구가 하고 싶어 졌다. 당구공을 닦고 있으면 기분이 무척 좋아진다. 지금 그런 내 모습에 만족한다

 

- 가족들의 반응은?

 

“2003년에 결혼했다. 결혼 생활 14년차다. 애가 늦게 들어서 딸아이가 아직 어리다. 아내가 참 마음 고생이 심했다.

 

옛날에 노조에서 배우기를 노조 활동을 하는 공직자의 이혼율이 매우 높다고 하면서 불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이야기를 많이 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연애 당시 홍보부장을 맡고 있었다.

 

이때부터 노조 활동에서 오는 여러 고민을 상의했다. 아내가 걱정을 많이 해 행선지를 미리 알려 주기도 한다. 아내는 있어야 할 곳에 제가 없으면 노심초사했다. 아내는 농담조로 그렇게 열심히 하면 지부장 해야지라며 놀리기도 했다.

 

아내는 지금도 서운한 감정을 얘기한다. 그때가 바로 제가 병원에 입원할 때의 일이다.

 

동료 공직자들이 병문안을 온신 것에 비해 당시 노동조합 사무국장 등 집행부는 저의 췌장염 수술과 입원한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병문안조차 오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본 아내는 더 이상 이용당하지 말라며 아직도 당시의 서운한 감정을 가슴에 묻어 두고 있다. 제가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현 지부장인 김종일 씨가 동료들에게 알려 주었고 자주 병문안을 와 주었다. 잘 나가던 사람인데 당시의 일을 계기로 노조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서로가 추구하는 희망이 비슷했다.

 

아내는 저의 결정을 누구보다도 응원해 주는, 저의 가장 큰 후원자다

 

- 공직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다.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 보람된 일은...?

 

아직도 가슴 뿌듯한 활동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가 중앙도서관 민간위탁 저지 투쟁이다. 당시 표면적으로는 효율성과 예산절감을 강조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사익추구로 비춰졌다.

 

또 한 가지는 도의원의 동장 폭행 사건을 고발한 것이다. 당시 협박과 압력이 심했다. 40일을 홍보물 돌리고 집회를 했다.

 

노조활동은 가까운 형님들이 하자고 권해서 시작했지만 제 스스로 전투적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쓰고 싶지 않다. 주변에서 하지마라. 달려들지 마라. 너 보다 힘이 센 사람들이다.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마라. 평생 힘들다라는 충고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사안이 생기면 이기려고 했다. 끝까지 관철시키려 했다.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진급에 대한 꿈이 있다. 보람도 있었지만 저는 그 꿈을 이루지 못 했다. 노조 활동이 모든 공직자의 초심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 곧 있으면 동시지방선거에 접어든다. 나름대로의 시장·시의원 자격의 기준이 있다면 한 말씀?

 

안산에서 뿐만이 아니라 중앙에서 많은 정치 지도자를 봤다.

 

정치인이라고 하면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름의 독후감을 쓰는 습관을 가졌으면 한다. 자기주장이 빈약하다. 페이스북 등 SNS 상에 행사나 자기가 속하지 않은 정당에 대한 비판은 잘 한다.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 자신의 모습이 안 보인다. 소신을 갖고 글 등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소통을 해야 한다.

서울시 박원순 시장님이나 성남시 이재명 시장님은 혁신적인 행정을 펼쳐 시민을 넘어 국민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다. 그분들은 노조를 포함해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온 주제를 다듬어 정책에 반영한다. 그들이 펼친 혁신이 자신들 것만은 아니다. 이것이 진정 시민을 정치에 참여하게 하는 방법이다. 자신들만의 정치가 아닌 시민이 참여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이야기는?

 

안산시청 공무원은 매우 유능하고 엘리트들이다. 조직 안에서 저평가되고 있다. 마인드도 훌륭하고 성실한데 활용이 잘 안 되고 있어 아쉽다.

 

그리고 노조 활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 특권의식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저는 제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결정권자를 찾을 때 최소한 다섯 분에게 조언을 받고 대안을 준비해서 갔다. 객관적으로 그분들은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다. 특히 총무과는 제일 엘리트에다 바르고 멋진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정치인들이 대중에게 한 말을 잘 지키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관심을 갖는 만큼 세상을 더욱 살기 좋아질 것이다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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