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생명력을 불어넣다.

一枝 정순이 작가와 함께한 지동 벽화 그리기

경인투데이 | 기사입력 2012/06/24 [18:10]

벽에 생명력을 불어넣다.

一枝 정순이 작가와 함께한 지동 벽화 그리기

경인투데이 | 입력 : 2012/06/24 [18:10]
▲     © 경인투데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이야기다. 어느 화가가 길을 가다가 꽃 그림을 그렸는데 벌들이 날아들어 앉았다는 이야기. 신사임당 전기에서 읽었던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어느 유명 화가의 일화로 전해졌던 것 같기도 한 이 사건이 필자의 눈앞에 펼쳐졌다. 


정순이 작가는 요즘 지동 벽화 그리기에 심취해 있다. 작가 특유의 화풍을 살려 전통적인 느낌의 소나무와 그 가지 끝 고고하게 앉아 있는 학들이 벽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 선 그 그림에 참새 한 마리가 날아 든 것이다. 단단한 벽에 머리를 박은 새는 곧 떨어져 버렸고, 여린 감성의 작가는 그 새 한 마리를 들고 어찌 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아마도 그 새는 그 벽화가 살아있는 나무라고 생각했을 터. 그림의 생생함을 탓해야 할 노릇이다. 

정순이 작가의 벽화 사랑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우연한 기회에 지동 골목길 탐방에 나섰다가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동 벽화 그리기에 푹 빠져 버린 작가는 벽화를 그리기 시작하면 흠뻑 심취해 시간 가는 줄도 잊는다고 한다. 

평소 소나무와 오두막집, 학 들의 전통적 화풍을 주로 그리던 작가가 이번에 새롭게 벽화에 시도한 것이 있으니 바로 자신의 모습이다. 평소 자신을 드러내기 부끄러워하는 작가가 벽화를 통해 자신의 소녀 같은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나 보다.
 
어두운 색의 코끼리가 긴 코를 드리우고 그 안에 검정 더벅머리를 드리우고 수줍은 미소를 띠고 있는 소녀. 코끼리의 눈가가 왠지 슬퍼 보이고 소녀의 미소 역시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끼게 하는 건 작가의 여린 속내가 드러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소녀의 입술이 발아래 놓인 분홍 꽃을 닮았다. 참으로 정순이 작가다운 모습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이어진 지동 벽화 그리기는 5월부터 시작되었다. 정순이 작가는 이미 붓을 들고 여기 저기 작가의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고, 뒤를 이어 각종 기업과 단체들의 자원봉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때 이른 여름 더위로 기승을 부리는 요즘, 높고 구부러진 지동 골목길을 힘겹게 오르다 눈이 탁 트이는 시원한 나무들이 펼쳐지거나, 그 사이 가슴 따뜻한 글귀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이름 모를 들꽃들이 절로 숲 속에 온 느낌을 들게 한다면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어디선가 구슬땀을 흘리며 붓을 들고 있는 정순이 작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니. 7월까지 이어질 이번 지동 벽화 그리기 사업이 끝난 뒤 어떤 모습으로 지동이 변해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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