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의 편지

“교육의 민주적 이상, 선생님 손길에서 피어”

김진일 기자 | 기사입력 2012/05/14 [14:26]

교육감의 편지

“교육의 민주적 이상, 선생님 손길에서 피어”

김진일 기자 | 입력 : 2012/05/14 [14:26]
“아이들의 미래를 지지하는 선생님의 진심에서 교육의 참된 권위 회복 ... 선생님들 모두가 행복한 교육공화국의 주체로 당당할 수 있게 더욱 눈과 귀 열겠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제31회 스승의 날’을 맞아, 유치원, 초, 중, 고, 특수학교 등 도내 전 교원에게 편지를 보냈다.

선생님들에 대한 따뜻한 위로를 줄기 삼아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여, 성장 신화에 가린 모순을 바로잡고 “행복한 교육이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는 믿음을 함께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편지는 “국민적 고통이 되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에서 보이듯 양적 성장에 가려진 교육 문제가 선생님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는 현실 진단과 함께 “세계적인 교육 강국 중에서도 최고 수준인 선생님들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는 격려 메시지로 시작됐다.

이어 교육감으로 보낸 3년의 시간 동안 “입시, 경쟁, 점수, 서열화로 되풀이”되는 문제를 해결키 위해서는 “소통과 혁신, 평화와 인권, 보편적 복지와 교육자치”가 시대의 해법임을 교육가족과 함께 공유했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또한 미래 세대의 교육을 위한 패러다임으로 “교육의 공공성과 공동체성, 경기도형 창의지성교육과정, 학교자치 등이 경기교육의 시스템으로 정착되고 있다”며, 이것이 “가장 행복하고 평등해야 할 학교에서 선생님의 손길을 거쳐 교육의 민주적 이상으로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곤 교육감은 학교 현장과 더욱 밀착해 혁신교육을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도 편지에 담았다. 

“오직 여러 훌륭한 선생님들이 힘을 내실 수 있도록, 협력과 협동, 창의와 지성이 아이들의 교실 뿐 아니라 선생님과 학교의 문화로도 생생하게 살아날 수 있도록 신명을 다하겠다”며 고교시절 은사였던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를 인용해 편지 말미를 맺었다. 

  
김상곤 교육감 스승의 날 편지 전문(全文)

존경하는 선생님 여러분,

오늘은 서른한 번째 스승의 날입니다. 배움과 가르침의 숭고한 현장에서 한결같은 정성으로 아이들의 참된 성장을 돕고 계시는 선생님 여러분을 떠올리며 편지를 씁니다.

사람을 잘 키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절절하게 실감하는 시대입니다. 선생님들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쏟아지는 ‘교육자의 길’ 또한 녹록하지 않습니다. 국민적 고통이 되고 있는 학교 폭력 문제에서 보이듯, 화려한 양적 성장에 가려진 교육 현장의 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선생님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합니다.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누가 뭐래도 아이들의 삶과 내일을 온 몸으로 보듬고 살아가시는 선생님들이 우리 사회와 미래의 등불이자 희망이십니다. 오직 한마음으로, 선생님 여러분 고맙습니다.

시간이 흘러 뒤돌아보는 삶의 옛 풍경 속에는 누구에게나 애틋한 사연과 기억나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학창시절로 돌아가 가만히 눈을 감으면 삶의 양토 같은 가르침을 주셨던 선생님께서 살아납니다. 때론 꾸지람으로 때론 한없는 사랑으로 제자들을 살펴 내일의 세계로 이끌어 주신 위대한 선생님, 제 자신도 선생님의 눈빛과 손길을 거쳐 삶의 힘을 얻었습니다. 스승의 날인 오늘도 아이들과 따뜻한 교감을 나누고 계실 여러 선생님들의 오늘은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미래의 자양분을 품게 하는 시간일 것입니다.

선생님 여러분,

제가 교육감 일을 시작한지도 3년이 지났습니다. 선생님의 힘과 열정이 올곧은 교육으로 살아나도록 새로운 기운을 만들기 위해 함께 호흡하며 달려 온 벅찬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의 사랑의 진정성과 헌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더 견고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으로 선생님들의 열정이 참된 교육으로 피어나게 하겠다는 다짐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동서고금 번성한 나라와 민족 뒤에는 훌륭한 교육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교육 강국 중에서도 우리 선생님들은 최고 수준입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교육열’은 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와, 그 기대에 대한 선생님들의 응답이 빚어낸 소중한 자원입니다. 덕분에 사회 각 부분이 발전하고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성장의 신화에 가려진 모순의 퇴적층이 드러나면서 우리 교육의 근본을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기차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경쟁, 입시, 점수, 서열화로 되풀이되는 뫼비우스의 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이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습니다.

모순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좋은 교육에 대한 꿈을 소통과 혁신의 힘으로 앞장서 이루는 과정에서 경기교육은 학교교육의 진실한 가치를 품었습니다. 평화와 인권, 보편적 복지와 교육자치의 정신이 이 시대의 해법임을 교육가족과 함께 공유하였습니다.

선생님의 좌절과 희망을 다큐의 형식으로 담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눈여겨 본 적이 있습니다. 지켜보는 수많은 시선 앞에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숨김없이 드러내 탈태의 용기를 보이신 선생님의 다짐들이 진실하게 느껴졌습니다. 프로그램을 지켜 본 시청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선생님이라고 왜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지 않겠습니까?, 어느 선생님이 아이들을 때리면서 머리에 지식을 외우라 강요하고 싶겠습니까?, 모두가 학교라는 울타리가 만들어 낸 관습으로 생겨난 영향이지요.” 제 눈길을 끌었던 한 대목입니다.

우리 모두는 잘못된 관습과 관행, 옳지 않은 제도와 정책 앞에서 한숨과 함께 좌절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육에 얽힌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는 열쇠는 바로 선생님께서 쥐고 계십니다. 누가 뭐래도 교육의 전문가는 선생님이니까요.

선생님의 용기와 도전이 우리 교육을 바꾸는 원천입니다. 집단지성을 협력으로 승화해 낸 경기교육은 미래 세대의 교육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습니다. 교육이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공공성과 공동체성이 굳건해야 한다는 철학, 수업도 평가도 미래 세대의 교육답게 바꾸어 나가는 경기도형 창의지성교육, 존중과 존경의 문화로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는 학교자치 등, 경기교육의 부분과 전체가 시스템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교육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교육가족 모두의 보람과 자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어떤 훌륭한 정책과 제도보다 더 고귀한 선생님들의 숨결과 손길이 울타리에 갇힌 학교의 제도와 문화에 촉촉한 움을 틔워 냈습니다. 

 선생님 여러분,

어른의 눈에 보이는 아이들은 늘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선생님의 손길로 내일을 개척하는 힘을 갖추게 해야 합니다. 당연히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존중과 존경의 정신으로 주고받는 상호작용은 진정한 협력과 공감의 힘을 발휘합니다. 

이러한 원칙이 가장 행복하고 평등해야 할 학교에서 살아나, 우리가 바라는 교육의 민주적 이상이 선생님 손길에서 피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 주십시오.

선생님께서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십니다. 생각의 경계를 넘어서는 아이들의 잘못된 언행 또한 실상은 불안한 성장 환경과 무한 경쟁에 지친 아이들의 비명일 수 있음을 말입니다. 어쩌면 선생님의 도움을 간절하게 바라는 눈물 같은 호소일 수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교문을 들어서며 ‘선생님’ 하고 부르는 순간 우리는 이 아이들을 위대하게 할, 스스로 위대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지지하는 선생님의 진심에서 교육의 참된 권위는 회복될 것입니다. 저 또한 우리 선생님들 모두가 행복한 교육공화국의 주체로 당당하실 수 있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습니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엮어가는 소리가 행복한 교육의 힘으로 환원될 수 있게 더욱 눈과 귀를 열겠습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여러분,

비록 공간은 다르지만 저 역시 30년 가까운 세월을 교단에서 살았습니다.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잘 가르치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어렵기에 참 소중한 일입니다. 지금은 교단을 떠나 교육감 직을 수행하지만 교육자의 진정한 보람은 아이들 곁을 지키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저는 오직 여러 훌륭한 선생님들이 힘을 내실 수 있도록, 협력과 협동, 창의와 지성이 아이들의 교실 뿐 아니라 선생님들과 학교의 문화로도 생생하게 살아날 수 있도록 제 신명을 다할 것입니다.

얼마 전에도 뵐 기회를 가졌던 고교 시절 제 은사이자 시인이신 문병란 선생님의 ‘희망가’ 한 부분입니다.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으로 드리는 카네이션을 대신해 선생님들께 읊습니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오늘 하루 아이들과 함께 함박웃음 지으며 보람으로 충만한 시간 보내시길 소망합니다.

선생님 모두 존경합니다.

2012. 5. 15

경기도교육감 김 상 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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