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따라 걷는 ‘시간의 길’…연천 임진적벽길, 봄이 머문다벚꽃·주상절리·고구려 성곽까지…평화누리길 11코스 ‘역사·자연’ 압축
[경인투데이] 비무장지대(DMZ) 접경을 따라 이어지는 경기도 ‘평화누리길’이 봄을 맞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분단의 상징인 철책선을 따라 걷는 길이지만, 동시에 자연과 역사,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사색의 길’로도 평가받는다.
경기도는 ‘DMZ 사색(四色)하다’를 주제로 계절별 추천 코스를 소개하고 있는 가운데, 4월을 앞두고 연천군 평화누리길 11코스 ‘임진적벽길’을 대표 봄 코스로 제시했다.
평화누리길은 김포·고양·파주·연천 등 DMZ 접경 4개 시군을 잇는 총 12개 코스, 약 189㎞ 규모의 도보 여행길이다. 지역별로 김포 3코스, 고양 2코스, 파주 4코스, 연천 3코스로 구성돼 있다.
“역사를 걷는다”…고려·고구려·전쟁의 기억 한 길에
연천에 위치한 11코스는 임진강을 따라 이어지는 길로, 한반도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공간이다. 길의 시작점인 숭의전지에는 고려 왕조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고려 멸망 이후 이성계가 고려 왕들의 위패를 강에 띄웠으나 다시 돌아왔다는 설화가 전해지며, 조선은 이를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 이곳에 숭의전을 세웠다. 고려의 정통성을 기리고 위로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이어지는 당포성 일대는 고구려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이 성곽은 삼국시대 격전지였으며, 6·25전쟁 당시에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인근에는 당시 유엔군 전사자를 처리하기 위한 화장장 시설이 조성되기도 했다.
주상절리 ‘임진적벽’…자연이 만든 장엄한 풍경
코스의 백미는 임진강을 따라 펼쳐지는 ‘임진적벽’이다. 수십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주상절리가 병풍처럼 이어지며 장관을 이룬다. 특히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절벽은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이 그림으로 남겼을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봄의 마지막을 잡다”…4월 절정 진상리 벚꽃길
11코스가 봄철에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늦봄 벚꽃길’ 때문이다. 임진교 인근 진상리 일대에는 1㎞ 이상 이어지는 벚꽃 터널이 형성돼 있으며, 보통 4월 20일 전후 절정을 이룬다.
남부 지역보다 개화 시기가 늦어 ‘봄을 놓친 이들을 위한 마지막 벚꽃길’로도 불린다.
걷기 넘어 체험으로…5월 ‘연천 구석기 축제’
봄의 끝자락인 5월에는 또 다른 시간 여행이 이어진다.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에 위치한 전곡리 유적에서는 5월 2일부터 5일까지 ‘연천 구석기 축제’가 열린다.
이곳은 약 30만 년 전 구석기인이 살았던 유적으로, 1978년 발견된 주먹도끼는 동아시아에 주먹도끼 문화가 없다는 ‘모비우스 라인’ 이론을 뒤집은 세계적 고고학 성과로 평가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평화누리길은 단순한 걷기 여행이 아니라 자연과 역사, 평화를 동시에 체험하는 길”이라며 “계절별로 다른 색을 지닌 DMZ의 매력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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