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의 경계 넘어선 시간의 축적…수원시립미술관 '블랑 블랙 파노라마' 개막

김진일 | 기사입력 2026/02/12 [15:50]

흑과 백의 경계 넘어선 시간의 축적…수원시립미술관 '블랑 블랙 파노라마' 개막

김진일 | 입력 : 2026/02/12 [15:50]

▲블랑 블랙 파노라마 전경


[경인투데이] 수원시립미술관(관장 남기민)은 소장품 주제 기획전 블랑 블랙 파노라마212일부터 202731일까지 행궁 본관 1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고산금, 김두진, 석철주, 이배, 이수경, 이순종, 이여운, 최병소, 최수환 등 18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조각·사진·공예·영상 등 소장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흑과 백의 색채 대비를 단순한 시각적 요소로 다루기보다, 재료의 반복과 축적 과정에서 형성되는 표면과 구조의 물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명은 프랑스어 블랑(blanc)’과 영어 블랙(black)’을 결합한 것으로, 서로 대비되는 색이면서도 빛과 연소라는 공통의 어원을 공유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전시는 이를 분리된 개념이 아닌 하나의 근원에서 이어진 연속선으로 바라보며, ‘파노라마라는 개념을 통해 시선의 이동 속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인식되는 감상 경험을 제안한다.

 

전시 공간은 검은색 톤으로 구성해 반복과 축적이라는 주제를 강조했으며, 어둡게 정제된 환경 속에서 작품이 벽면을 따라 펼쳐지듯 배치됐다. 완성된 이미지보다 재료와 행위의 시간성이 드러나는 작업들이 중심을 이룬다.

 

이배의 <불로부터>(2001)는 숯을 사용해 연소와 소멸의 흔적을 화면에 남기며 깊이 있는 물성을 보여주고,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2019)는 파편과 균열을 결합해 서로 다른 조각의 공존을 제시한다. 최병소는 인쇄 매체 위에 반복적으로 긋고 덧그리는 행위를 통해 정보의 의미를 지우고 시간의 흔적을 남겼으며, 최수환은 LED와 플렉시글라스를 활용해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빛의 풍경이 변화하는 경험을 구현했다.

 

작품들은 멀리서 보면 단색의 화면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는 수많은 층위와 흔적이 드러난다. 이를 통해 흑과 백, 명과 암, 드러냄과 남김 등 이원적으로 인식돼 온 요소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도록 한다.

 

조은 학예사는 빠르게 훑어보는 관람이 아니라 머무르며 바라보는 감상을 제안한다시간을 들일수록 표면의 깊이와 구조가 더 선명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기민 관장은 관람객이 작품과 마주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호흡을 돌아보고, 사유와 정서가 환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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