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투데이] 인공지능(AI) 혁명의 파고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우리 삶의 궤적을 바꾸고 있다.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의 등장은 인류에게 ‘초지능의 축복’을 약속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는 갈수록 짙고 뚜렷하다. 특히 AI발(發) 일자리 소멸과 그로 인한 부의 극심한 쏠림 현상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인화성 높은 난제다. 이제는 기술 낙관주의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 거대한 문명적 전환기에 걸맞은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노동 구조의 지각변동이다. 과거 기계화가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AI는 인간의 고유 영토라 여겼던 지적 판단 영역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단순 사무직은 물론 법률·금융·의료 등 전문직마저 ‘AI 대체’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기술의 진보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문제는 속도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가 재교육과 전직(轉職)의 속도를 압도할 때 발생하는 ‘구조적 실직’은 사회적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더 큰 우려는 경제적 불평등의 고착화다. AI 기술은 막대한 데이터와 자본을 가진 소수 빅테크 기업과 자산가들에게 부를 집중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노동이 소외되고 자본과 기술이 부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에서는 중산층의 몰락과 양극화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소비 위축과 경제 활력 저하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부상하는 ‘로봇세’와 ‘기본소득’ 논의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고민으로 읽어야 한다. 일자리를 대체한 로봇에 세금을 물려 그 재원으로 실직자들을 지원하고, 소득의 원천이 사라진 시대에 최소한의 소비력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은 AI 시대의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거나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대안 없는 비판만으로는 다가올 ‘고용 절벽’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AI 시대를 대비한 법적·제도적 틀 마련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도태시키는 흉기가 되지 않도록 ‘분배의 정의’를 재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업 또한 기술 권력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AI가 가져올 풍요가 소수의 전유물이 될 때, 그 사회는 갈등과 분열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다. 기술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담아낼 사회적 합의의 성숙도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경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